[문예마당] 기억속의 내 동생
이제 그 애의 모습이 잊혀져 가고 있다 앨범 뒤져보면 지금도 들릴 것 같은 웃음소리 호탕하게 웃고 있는 내 동생 내 나이 희수 이제야 불러보는 칠순의 남 동생이다 그러나 나에겐 애일 뿐 세상 등지고 가버린 몹쓸 놈 여태껏 장가란 것도 못 해보고 사장 노릇만 하다 간 총각님 구두닦이에서 아이스케키 장사, 붕어빵가게 사장만 했지 깡패님 덕에 손가락 한 매디 잘리고 절름거리고 산 지지리 못난 놈 내 기억 속엔 잘 퍼주는 착한 성품 하나이다 나는 다 모른다 그 아이의 삶 이제 잊지 말자 해도 잊어야 하는 그 애 깜빡 깜빡 녹슬어가는 이 참에 불쌍했다는 말조차 하나하나 잊어가고 있는 중이다 자연으로 가버린 동생 못 쓸 놈 가여운 내 동생 엄경춘 / 시인문예마당 기억속 동생 아이스케키 장사 사장 노릇 나이 희수